희귀사건 데이터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정량적 위험도 산정
산업설비의 사고위험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때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는 사고 자체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중대사고나 치명적 사고는 발생빈도가 낮기 때문에 장기간의 운전자료를 확보하더라도 관측건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단순한 사고 건수와 관측기간만으로 사고빈도를 산출하면 추정값 자체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희귀사건에 대한 정량적 위험평가는 특정 숫자 하나를 제시하는 것보다 관측자료의 부족이 사고빈도와 최종 위험도에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지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NRC의 PRA 관련 지침에서도 PRA 결과에는 다양한 형태의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특히 매개변수·모델·완전성에 관한 불확실성을 별도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한다.
1. 희귀사건에서는 ‘0건 발생’이 ‘위험이 0’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예를 들어 특정 설비에서 10년 동안 중대사고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단순한 빈도 계산에서는
사고건수 ÷ 관측기간 = 0
이 된다.
그러나 이를 실제 사고확률이 0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가 실제로 위험이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관측기간이 짧아 사고가 관측되지 않은 것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희귀사건 분석에서는 바로 이 지점에서 관측자료와 실제 발생률 사이의 통계적 불확실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전문적인 위험평가에서는
“사고가 관측되지 않았다”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이것이 희귀사건 정량화의 기본적인 출발점이다.
2. 사고빈도 추정에는 통계적 불확실성이 내재한다
희귀사건이 일정한 평균 발생률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Poisson 과정과 같은 확률모형을 이용하여 사건빈도를 추정할 수 있다.
개념적으로 사고발생률을 λ라고 하면,
λ = 발생사건 수 / 총 관측시간
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관측사건 수가 매우 적으면 λ의 추정값도 큰 변동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동일한 설비군에서
- 1년 동안 사고 1건
- 10년 동안 사고 1건
- 100년 동안 사고 1건
이 관측되었다면 단순히 “사고가 1건 발생했다”는 정보만으로는 동일한 위험수준이라고 볼 수 없다.
관측시간과 사건 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희귀사건에서는 점추정값 하나보다 신뢰구간 또는 사후확률분포와 같은 범위 기반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3. 희귀사건의 핵심은 ‘평균값’보다 분포를 추정하는 것이다
정량적 위험평가의 일반적인 표현은 다음과 같다.
Risk = Frequency × Consequence
그러나 희귀사건에서는 Frequency 자체가 불확실하다.
따라서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생각할 수 있다.
λ → 확률분포
그리고 사고결과 역시 하나의 고정된 값이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갖는다.
따라서 위험도 역시
단일 Risk 값
보다는
Risk의 확률분포
로 표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 될 수 있다.
NRC 역시 PRA 결과를 단일 숫자로만 해석하기보다 가능한 결과의 범위와 그 분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4. 희귀사건 데이터에서는 ‘두 종류의 불확실성’을 구분해야 한다
희귀사건의 불확실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Aleatory Uncertainty와 Epistemic Uncertainty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① Aleatory Uncertainty
사건 자체가 본질적으로 갖는 무작위성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조건의 설비에서도 정확히 언제 고장이 발생할지 사전에 결정할 수 없다.
이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다.
② Epistemic Uncertainty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이다.
예를 들면,
- 사고 데이터 부족
- 고장률 자료 부족
- 모델링 가정의 차이
- 공통원인고장 자료 부족
- 운전조건의 차이
- 인간오류 확률의 불확실성
등이 해당된다.
NRC의 PRA 불확실성 지침은 이러한 epistemic uncertainty를 parameter uncertainty, model uncertainty, completeness uncertainty 등으로 세분화하여 다룬다.
5. 매개변수 불확실성이 사고빈도에 미치는 영향
예를 들어 특정 밸브의 고장률을 λ라고 하자.
충분한 운전자료가 존재한다면 λ를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추정할 수 있지만, 희귀한 고장모드라면 데이터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
이때 실제 분석에서는
λ = 특정 숫자
라고 고정하기보다
λ ~ 확률분포
로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밸브 고장률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종 사고빈도에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NRC의 PRA parameter estimation handbook 역시 initiating-event frequency, component failure rate, unavailability 등의 매개변수를 추정하고 그 불확실성을 PRA 모델에 전파하는 방법을 다룬다.
6. 베이지안 접근은 희귀사건에서 특히 유용한 분석수단이 될 수 있다
희귀사건에서는 실제 설비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일반적인 산업자료나 과거 연구자료를 함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때 Bayesian Updating을 이용하면 기존의 사전정보와 새롭게 확보된 운전자료를 결합하여 사고빈도 또는 고장률에 대한 사후분포를 구성할 수 있다.
개념적으로,
Prior Information + Observed Data → Posterior Distribution
의 형태다.
예를 들어 기존 산업자료에서 특정 부품의 고장률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고, 해당 설비에서 장기간 운전 후 새로운 데이터가 축적되었다면 두 정보를 결합하여 해당 설비에 보다 적합한 고장률 분포를 추정할 수 있다.
NRC 역시 PRA에서 경험자료를 이용한 Bayesian 방법을 통해 확률 추정치를 갱신하는 접근을 다루고 있다.
7. 모델 불확실성은 데이터 부족과 다른 문제다
희귀사건 분석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이 Model Uncertainty다.
동일한 데이터를 사용하더라도 사고를 어떤 구조로 모델링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사고를
Fault Tree 기반 모델
로 분석할 수도 있고,
Event Tree 기반 사고진행 모델
로 분석할 수도 있다.
또는 인간오류, 공통원인고장, 방호장벽 실패 등을 어느 수준까지 모델에 포함하느냐에 따라서도 최종 위험도가 달라진다.
따라서
“데이터가 정확하다 = 위험도 계산이 정확하다”
라고 볼 수 없다.
데이터가 충분하더라도 모델의 구조 자체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면 결과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NRC 역시 PRA에서 parameter uncertainty와 별도로 model uncertainty 및 completeness uncertainty를 구분하여 다룬다.
8. 사고 시나리오의 누락도 위험도 불확실성의 원인이 된다
더 중요한 문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고경로다.
예를 들어 현재 분석모델에
펌프 고장 → 냉각기능 상실 → 사고
라는 경로만 포함되어 있다고 하자.
그러나 실제 설비에서는
공통전원 상실 → 다중설비 동시정지 → 냉각기능 상실
이라는 또 다른 사고경로가 존재할 수 있다.
이 경로가 모델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계산된 위험도는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되었더라도 실제 시스템 위험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
이를 Completeness Uncertainty의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다.
따라서 희귀사건 분석에서는 단순히 확률값을 정교하게 계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고 시나리오는 없는가?”
라는 질문이 중요하다.
9. Monte Carlo Simulation을 이용한 위험도 분포 산정
희귀사건의 입력변수가 확률분포로 표현되면 Monte Carlo Simulation을 이용하여 각각의 불확실성을 최종 위험도까지 전파할 수 있다.
개념적인 계산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사고빈도 분포 설정
↓
② 구성품 고장확률 분포 설정
↓
③ 방호계층 실패확률 반영
↓
④ 공통원인고장 및 인간오류 반영
↓
⑤ 사고결과 분포 반영
↓
⑥ 반복적인 난수표본 생성
↓
⑦ 최종 위험도 분포 산출
NRC 역시 Monte Carlo 방법을 불확실한 분석요소와 변수 간 상호작용을 반영하기 위한 PRA 방법으로 설명한다.
10. ‘가장 가능성 높은 위험’과 ‘최악의 불확실성’을 구분해야 한다
정량적 위험평가에서 평균값만 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두 시스템의 평균 위험도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시스템 A
→ 위험도 분포가 좁음
시스템 B
→ 평균은 같지만 상위 분위수에서 위험도가 크게 증가
할 수 있다.
이 경우 두 시스템을 동일한 위험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평균 위험도
- 중앙값
- 5~95% 또는 5~99% 구간
- 상위 분위수
- 주요 불확실성 기여인자
- 민감도 분석 결과
즉,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값은 얼마인가?”
뿐 아니라
“불확실성을 고려했을 때 위험도가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가?”
를 함께 봐야 한다.
11. 희귀사건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부족’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희귀사건의 특성상 데이터가 부족한 것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문적인 정량위험평가에서는 불확실성을 하나의 결함으로 취급하기보다 분석 결과의 일부로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결과를 제시할 수 있다.
| 분석요소 | 단일값 접근 | 불확실성 반영 접근 |
|---|---|---|
| 사고빈도 | λ = 고정값 | λ의 확률분포 |
| 고장확률 | 평균값 | 사후분포 |
| 모델 | 하나의 모델 | 대안모델 비교 |
| 사고경로 | 선정된 경로 | 누락 가능성 검토 |
| 최종위험 | 단일 Risk | Risk 분포 |
| 결과해석 | 하나의 값 | 범위·분위수·민감도 |
이러한 방식은 위험도를 지나치게 정밀한 하나의 숫자로 표현하는 오류를 줄일 수 있다.
12. 제안하는 ‘희귀사건 불확실성 기반 위험도 분석 프레임’
희귀사건을 대상으로 한 정량위험평가에서는 다음과 같은 분석절차를 적용할 수 있다.
STEP 1. 희귀사건 정의
중대사고, 치명적 고장, 대규모 누출 등 분석대상을 명확하게 설정한다.
STEP 2. 관측자료의 품질 평가
관측기간, 사건 수, 운전시간, 데이터 편향 및 누락자료를 확인한다.
STEP 3. 기본 발생률 추정
Poisson 계열 모델 등 적절한 확률모형을 이용하여 초기 발생률을 추정한다.
STEP 4. 사전정보 결합
산업자료·설비자료·시험자료 등을 활용하여 Bayesian Updating을 적용할 수 있다.
STEP 5. 불확실성 분류
Aleatory / Parameter / Model / Completeness
관점에서 불확실성의 원인을 분류한다.
STEP 6. 사고 시나리오 모델링
FTA, ETA, LOPA, HRA 등을 이용하여 사고진행경로를 구성한다.
STEP 7. 불확실성 전파
Monte Carlo Simulation 등을 활용하여 입력변수의 불확실성을 최종 위험도까지 전파한다.
STEP 8. 민감도 분석
어떤 입력변수가 최종 위험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다.
STEP 9. 위험도 분포 해석
평균값뿐 아니라 분위수와 신뢰구간 등을 함께 검토한다.
STEP 10. 데이터 확보 우선순위 결정
가장 큰 불확실성을 발생시키는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수집한다.
13. 중요한 것은 ‘위험도 계산’보다 ‘어떤 데이터를 더 확보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희귀사건 분석의 목적은 단순히 현재의 위험도를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불확실성 분석 결과를 이용하여 추가 데이터 수집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분석 결과,
공통원인고장률의 불확실성 → 매우 큼
펌프 개별고장률의 불확실성 → 작음
으로 나타난다면 모든 데이터를 동일하게 추가 수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공통원인고장에 대한 시험자료, 정비이력, 산업 데이터 등을 확보하는 것이 최종 위험도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따라서 저는 희귀사건 위험평가에서 다음의 순환구조가 중요하다고 본다.
위험도 산정
→ 불확실성 분해
→ 민감도 분석
→ 핵심 불확실성 식별
→ 추가 데이터 확보
→ 모델 갱신
→ 위험도 재산정
이 접근은 단순한 위험도 계산을 넘어 데이터의 가치 자체를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분석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결론
희귀사건의 정량적 위험평가에서 가장 큰 오류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하나의 확정적인 사고확률을 제시하는 것이다.
희귀사건에서는 관측자료 부족으로 인해 발생률 추정 자체에 통계적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여기에 매개변수·모델·완전성에 관한 불확실성이 추가될 수 있다. NRC 역시 PRA 결과를 해석할 때 이러한 불확실성을 명시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인 정량위험평가는
희귀사건 데이터
→ 발생률 분포 추정
→ Parameter Uncertainty
→ Model Uncertainty
→ Completeness Uncertainty
→ 사고 시나리오 모델링
→ Monte Carlo 기반 불확실성 전파
→ 위험도 분포 산정
→ 민감도 분석
의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위험도 하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도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결국 희귀사건 데이터의 불확실성 분석은 “사고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만으로 산정한 위험도가 실제 위험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데이터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가?”
를 판단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접근을 적용하면 정량적 위험평가는 단순한 사고확률 계산을 넘어 불확실성의 구조를 밝히고, 데이터 수집과 안전투자의 우선순위까지 결정하는 의사결정 도구로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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